지난 글에 이어, 아이가 좋아하는 걸 직업이 아닌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관점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가 봅니다.
비즈니스로써의 축구
축구를 직업으로 생각하면, 선수로써 재능이 있는지만 따지게 됩니다. 선수가 될 재능이 없다면 아이가 좋아하더라도 적당히 선을 긋고, 공부로 관심을 돌리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죠.
하지만, 직업이 아닌 비즈니스로 바라보면 관점이 달라집니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게 비즈니스가 될 수 있으니, 열심히 해보기를 응원하게 됩니다.
축구를 축구선수가 아닌, 비즈니스로 바라보면 어떤 비즈니스가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아이가 축구를 하면서 가장 불편해했던 것이 신발끈입니다. 축구화 끈이 자꾸 풀어지는데, 아직 어려서 혼자 묶을 수 없으니 주변 어른에게 부탁하거나, 끈이 풀어진 채 뛰어다녀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끈이 풀리지 않는 축구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비즈니스 아이디어입니다!
아이가 축구를 좋아해서, 학교 공부가 끝나면 축구를 하게 해 줍니다. 그런데, 같이 플레이할 친구들이 별로 없더군요. 방과 후에도 학원이나 다른 일정들이 있으니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뛰어놀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이 몇 분 계시지만, 팀을 짜서 게임을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이런 아이들, 혹은 부모들을 연결해 주는 앱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근처에서 축구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매칭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역시 좋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죠!
이런 아이디어들은 어디서 나올까요? 교실에 앉아 국, 영, 수를 열심히 해서 나올까요?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학원수업에서 나올까요?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 들어, 깊이 파고들었을 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달성하고 싶은 욕구와 거기서 생겨나는 결핍이 아이디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기를 권합니다.
아이를 마음껏 응원합니다!
아내는 ‘너무 축구만 좋아한다’, ‘맨날 축구만 한다’고 걱정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축구를 좋아한 뒤로, 그리고 제가 그걸 응원한 뒤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봅니다.
1. 늦잠을 자지 않습니다.
아이 등교시간이 빠른 편입니다. 이사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도 멀었습니다. 6시 45분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초등학생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죠.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좋아하고 나서는 한 번도 억지로 깨운 적이 없습니다.
6시 30분에 축구 하이라이트를 틀면 됩니다.
집에 TV가 없어서, 핸드폰으로 전날 유럽 축구 하이라이트를 재생합니다. 시그널 음악과 함께, 선수명단 소개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이는 벌떡 일어나 눈을 부비며 물어봅니다.
“어디랑, 어디야?”
“아빠, 어느 팀 응원할 거야? 난, 맨유!”
골이 들어가면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합니다. 잠은 이미 다 달아나고, 신나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2. 애정표현이 많아졌습니다.
둘째는 애정표현이 무척 많습니다. 엄마 아빠 마음도 잘 헤아려 주고 스킨십도 많이 합니다. 아직 뽀뽀도 잘 해주죠. 하지만, 첫째는 그런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저희는 성향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면서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둘째는 어리고, 엄마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제가 첫째를 데리고 다닙니다. 제주FC의 경기를 관람하고, 운동장에서 같이 연습을 하고, 축구와 관련된 책을 같이 읽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의자에 앉아 있는 제게 아이가 다가오더니, ‘아빠가 좋아’라며 볼에 뽀뽀를 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무척 낯설고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아빠 좋아’를 남발하고, 스킨십도 많아졌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주는 좋은 파트너가 되었죠.
3. 결핍을 배웠습니다.
몇 년 전, 친구에게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결핍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저는 결핍이 인간에게 큰 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함을 느끼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때 인간과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풍족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제가 느꼈던 결핍이 오늘날의 저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이걸 가르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모든 걸 다 풍족하게 채워주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결핍을 느낄만한 부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뭔가를 간절히 바라거나,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른 말을 아주 잘 듣는 착한 아이라는 점이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결핍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 아이를 먼저 낳아 기른 친구에게 질문한 것입니다.
친구 역시, 결핍을 가르칠 필요성에 동조하면서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면서 드디어 결핍을 느꼈습니다. 축구를 잘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 처음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스스로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잘 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의 절망과 안타까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했을 때 나아지는 자신을 보며 느끼는 성취와 자신감. 설사 축구선수가 될 만큼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4. 그 밖의 많은 것들.
이외에도 참 많은 효과가 있습니다. 축구와 관련된 책을 사줬더니 책을 열심히 읽습니다. 영국에서 Four-Four-Two라는 원서잡지를 직구로 주문했는데, 아이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주에 제주FC 경기 직관하러 가게, 엄마한테 점수 좀 많이 따둬’라고 하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가 됩니다.
지난 주에는 수학 문제집을 들고 와서 이게 무슨 뜻인지 물었습니다.
“아, 점이 5개 있잖아? 그 중에서 2개를 골라 이으면 선분이 되지? 그런 선분을 몇 개까지 그을 수 있냐는 거야”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답을 말했습니다.
“10개 아냐?”
“어? 어떻게 알았어?”
“토너먼트에서 조별리그 하면 경기 수 구하는 거랑 같잖아”
깜짝 놀랐습니다. 5개의 점을 2개씩 이어 그을 수 있는 선분의 개수가, 조별리그에서 팀간에 치러야 하는 경기의 수와 같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아이와의 관계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달라진 모습들에 대해 많이 얘기했지만, 가장 좋은 점은 아이가 아빠를 점점 더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게 해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자녀가 뭔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마음껏 응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뭐든 좋은 비즈니스에요. 연예인만 쫓아다닌다고요? 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크고 훌륭한 비즈니스인데요. 게임만 한다고요? 게임산업을 보세요.
아이가 비즈니스를 하길 원한다과 했는데, 우리 나라 산업분류에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산업은 없습니다. 주식투자하는 분께 물어보세요. 업종분류 중에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업종이 있는지. 국어, 영어, 수학은 비즈니스가 아니죠. 하지만, 엔터업종, 게임업종은 있습니다. 이걸 직업으로 보면 ‘네가 가수 될거냐? 노래 잘해?’, ‘연예인 될 수 있겠어?’, ‘프로게이머 될려구?’라고 하겠지만, 산업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게임만 좋아하는데, 그걸 응원하라고요? 맨날 게임만 하라고?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지네요 다음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