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을 쓰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네요. 그 사이 방송출연, 새로운 코너 준비를 하느라 조금 바빴습니다.
이전 글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응원해 주자고 했습니다.
말은 좋죠^^
어느 부모가 안 그러고 싶겠어요.
그런데 아이가 맨날 게임만 해요.
연예인만 좋아하고 따라다녀요.
그것도 응원하란 말인가요?
게임만 좋아하고, 연예인만 따라 다니는 아이
네, 주변 많은 분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이나 연예인에 쏟는 관심을 다른 건전한 쪽으로 유도할지 고민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데 게임이나 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이제 와서 막는다고 해결이 될까요?
저희 첫째도 게임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캐릭터나 게임에 관심을 가지더군요. 보여준 기억이 없는데, 포켓몬 캐릭터 이름도 알고 있고 게임도 해 봤다고 합니다. 포켓몬 게임을 하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할 것 같지 않아 눈치만 보더군요. 그러다 기회가 왔습니다.
아내가 2주 정도 집을 비우게 됐습니다. 육지에 다녀올 일이 생겨 어린 둘째만 데려가고, 저와 첫째는 집에 남았습니다.
너 포켓몬 게임 할 줄 안다며? 어떻게 하는 거야? 아빠도 알려줘 봐.
제 핸드폰에 게임을 설치하고, 패드에도 설치해 아이에게 건네줬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들고, 아이는 패드를 들고, 애월읍을 다 뒤지며 포켓몬을 잡으러 다녔습니다.
아이가 진화를 시키기 위해 필요한 포켓몬을 제가 잡아 선물해 주고, 같이 체육관을 지켰습니다. 너무 좋아하더군요.
아이가 축구하면서 애정표현이 많아졌다고 했는데, 그 애정표현이 극에 달한 기간이 이때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가 ‘아빠가 뭘 좋아할지’ 스스로 찾아서 하더군요. ‘엄마가 없으니까, 너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스스로 한번 해볼래?’라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샤워를 하고, 등교 준비를 하고, 밥상을 치우고, 평소 엄마가 해라해라 하던 것을 알아서 척척. 아내가 2주 뒤에 돌아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스스로 반성이 많이 된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언젠가 한 번 정리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지만, 제가 확인해 본 연구결과들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존재합니다.
다만, 저는 게임을 직업이 아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게임도 충분히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기에, 아이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시각도 갖춰보길 바랍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제안한 게 있습니다.
네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면 어때?
“이준아, 게임을 네가 한번 만들어 보면 어때?”
“응? 게임을 만든다고? 내가?”
“응! 네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어. 네가 만든 게임을 네가 해 볼 수도 있고, 친구들한테 해보게 할 수도 있어.”
“어떻게?”
“배우면 돼. 한번 배워볼래?”
“응응! 나, 해볼래!!!!”
그래서, 아이에게 게임을 만드는 수업을 소개해 줬습니다. Video game design이라는 수업이었고, 미국인이 진행하는 화상수업인데, 시차 때문에 밤 11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평소 10시에 잠드는 아이고, 밤에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는 아이인데, 혼자서 열심히 듣습니다. 심지어 엄마, 아빠 모두 잠든 밤에 새벽 2시까지 혼자 실습을 하더군요. 몇 시간씩 몰입합니다.
많은 부모님이 앞으로는 ‘코딩 교육’이 필수라고,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시죠. ‘직업’의 관점에서 ‘코딩 능력’을 갖추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아이에게 ‘너 코딩 배울래?’라고 했으면, 저렇게 열심히 몰입했을까요? 사실 학교 수업시간에 코딩 수업이 있습니다. 방과 후 선택과목에도 비슷한 코딩수업이 있는데 아이가 자진해서 신청하지는 않더군요. 직업이 아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네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팔아)볼래?’라는 제안이 아이의 열정에 불을 당겼다고 봅니다. 이렇게 부모가 ‘직업’이라는 눈높이를 가지느냐, ‘사업’이라는 눈높이를 가지느냐는 아이의 미래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네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면 어때?’라고 제안해 보면 어떨까요?
걸그룹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네가 직접 걸그룹을 만들어 보면 어때? 연예기획사를 세울 수 있다면 어떨거 같애?’라고 말해본다면요?
축구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제가 제안해 볼 수 있는 큰 꿈이 있습니다. 아이는 손흥민 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겠죠. 언젠가는 그 꿈을 접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 제가 제안해 볼 수 있는 꿈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흥민 같은 선수를 뽑아서 직접 너만의 팀을 만들어 보면 어때? 네가 좋아하는 선수들로 네 팀을 만드는 거야. 게임 말고, 진짜로! 모든 축구팀에는 알고 보면 주인이 있어. 구단주라고 하는데, 네가 구단주가 되어 보면 어때?”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반짝이는 게 벌써 보이네요. 한국인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구단주가 된다. 상상이 되시나요? 아이뿐만 아니라, 저 역시 가슴이 뛰네요. EPL의 구단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의 삶은 어떨까요?
가장 좋은 동기부여는 자발성
축구든, 게임이든, 연예인이든 아이가 자기 취향을 알고, 자신의 선호에 대해 존중 받을 수 있다면 자존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취향이 꿈이 되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스스로 세워간다면 아이의 삶이 훨씬 더 생생해지지 않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책인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에 소개된 사례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미국에서 명망 있는 임상 신경심리학자이며, 30년 이상 불안, 학습장애, 행동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도와온 저자의 사무실에 고등학교 2학년인 세바스찬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숙제를 전혀 하지 않아 내신 점수가 아주 낮았고, 스스로도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지역 구조대에서 응급 상황의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만은 열심히 했습니다. 아이와 상담을 한 저자는 조심스럽게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아이가 왜 그런 말씀을 하냐고 하자, 저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학교생활을 하는 게 시간낭비 같고 아깝다며, 차라리 좋아하는 구조대 일을 전업으로 해보는 게 어떨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이후 세바스찬의 부모를 만나게 된 저자는 내심 긴장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부모가 모두 대학교수였는데, 그런 부모의 아이에게 학교를 그만두도록 바람을 넣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만나자마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이가 놀랍게 긍정적으로 바뀌고, 대학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데다 학교생활도 문제없이 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세바스찬은 저자의 권유를 받고 자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퇴할 경우 자신이 구조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생신분이기에 가능한 봉사활동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업으로 구조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학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명문대에 가서 소방학 학위를 따겠다는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이를 위해 수업과 학교생활에 집중하고 성적도 크게 오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스스로 주도해서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가는 삶이야말로 정말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이 아닐까요?
자신이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을 만들거나, 걸그룹을 프로듀싱해보겠다는 혹은 프리미어리그의 구단주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갖춰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학교 공부 이상의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면, 대학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학이 목표가 되면, 목표달성 이후 방황하지 않을까요? 대학이 자신의 꿈을 위한 과정이 될 때, 흔들림 없이 알찬 공부를 해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학위’만으로 뭘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여자아이들은 연예인 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지요.
제 딸아이도 그랬습니다.
저도 아이가 원하는 것은 부도덕하거나 위험한 것 빼고는 다 지원해주자는 주의라서
아이가 방송국에 아역배우 모집하는 것에 관심 보여서(제가 알려준건지, 아이가 찾은건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아이 데리고 오디션을 보러 갔습니다(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정도였을듯)
오디션은 통과했는데,
아역배우가 되려면 학원에 와서 배워야 한다면서 100만원 넘는 수강료를 내라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게 큰 돈 내면서는 안하겠다 하더라고요. ㅋ ㅋ
(진짜 돈이 아까웠을 수도 있고, 그날 오디션을 보면서 뭔가 불편했을 수도 있죠)
여하튼 그렇게 그녀의 원함은 사그러졌어요.
진짜 배우가 싶은 아이라면, 아마 거기서 더 열심히 학원에 갔을 수도 있죠.
그러면 또 데리고 다녔을 겁니다.
아이들을 응원하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가는 방향에 대한 부모의 “판단”이나 “괜한 걱정” 있어서 어려운 거 아닐까요?
아이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 선택이 아니라 부모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