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투자 교육

(어린이 투자 교육 01) 회계사님은 아이들 투자 교육 어떻게 하시나요?

어린이 투자 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린이 투자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죠.

“회계사님은 아이들한테 투자를 어떻게 가르치고 계세요?”

워런 버핏은 11살에 처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크게 후회한다고 했죠.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한다고.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한 살이라도 더 어렸을 때 투자를 시작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하시는 거겠죠? 그럴 때 제가 드렸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쎄요. 아직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2015년에 태어난 저희 첫째가 이제 만 나이로 8살입니다. 숫자를 알고 돈에 대한 개념이 생긴 5살 전후로 주식투자를 설명해 준 적이 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과자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할 수 있어. 잘 투자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물론, 잘못하면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어.”

“돈을 잃을 수도 있다고? 그럼 나 안 할래!”

그 뒤로는 설득이 먹히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설득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주식투자’부터’ 가르칠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저는 어린 아이들에게 ‘주식투자’를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주식투자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다 보니, 당연히 아이한테도 주식투자를 가르칠 거라 생각하고 기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입니다. 학문으로써 경제체제로써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잘 이용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를 이용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가 자본에 대해서도 대가를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쓴 책 ‘진짜 부자 가짜 부자‘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무엇인가?

의외로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 등으로 구분하고 정의해 보기도 하지만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화폐가 생겨나고 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체제인데,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에 대비되는 의미로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보급되었다.

자본주의를 단순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명확한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생산수단의 사유화’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얘기지만, 쉽게 풀어 보면 제품생산에 참여한 노동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자본에 대해서도 대가를 지불한다.

원시시대의 수렵은 사냥에 참여해서 함께 땀을 흘린 이들이 고기를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사냥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사냥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하였다면 고기를 나누어 준다. 10명이 함께 돌도끼를 던지는 것과 5명이 총을 들고 나가 사냥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결과가 더 좋겠는가? 후자의 결과가 더 좋다면 총을 살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한 사람에게 사냥감을 나누어주더라도 모두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돌도끼를 던지는 것보다 그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이기도 하다.

자본의 힘: 돌도끼 VS 총
자본의 힘: 돌도끼 VS 총

물론 사냥꾼과 자본가의 배분비율이 심하게 왜곡되면 오히려 사냥꾼 각자가 가져가는 몫이 줄어들 수도 있다. 위 표에서 자본가가 15마리를 가져가고 나머지 3마리만 사냥꾼에게 나누어준다면 사냥꾼이 가져가는 몫(0.6마리)은 돌도끼를 던질 때보다 못할 것이다.

반대로 자본가에게 아무런 몫도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자본가는 아무런 노동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그에게 사냥감을 나누어 주는 것은 ‘불로소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거부한다면, 사냥꾼들은 다시 돌도끼를 던져야 할 것이다. 자본가의 몫을 불로소득으로 부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냥꾼도 배분 받은 3마리를 모두 먹지 않고 1마리씩을 남겨서 모은 다음 총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사냥꾼도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

진짜 부자 가짜 부자』119p


네, 자본주의는 자본에 대해서도 대가를 인정합니다.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본을 투자하면 성과를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죠.

그래서 모두들 자본주의를 이용해 ‘경제적 자유’ 즉,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꿉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자본주의는 이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확히 그 반대편에 제가 가르치고 싶은 자본주의가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진짜 장점은 반대편에 있다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자본주의의 꽃에 대한 GPT 답변
자본주의의 꽃에 대한 GPT 답변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대가를 배분받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죠. 회사를 경영하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능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만 있어서도 안 되고,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할 능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도 회사의 주주가 됨으로써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성과를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없고, 능력이 부족해도 자본만 있으면 투자를 통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주식회사 제도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웁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로 살아가려면 주식투자가 필수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자본주의와 주식회사는 정확히 반대쪽에 있습니다. 위의 말을 뒤집는 거죠.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있고 능력이 있으면, 자본이 없어도 투자를 받아 네 꿈을 펼칠 수 있다!’

저는 사실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제도의 진짜 장점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안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꼭 자본주의나 주식회사 제도가 아니더라도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땅을 가진 지주는 머슴을 부리거나, 소작농에게 땅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습니다. 돈을 빌려주면 어떤 형태로든 이자를 받았습니다. 자본주의의 등장과 상관없이 불로소득이나 시스템소득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자기 아이디어만으로 큰돈을 벌기는 어려웠습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능력을 갖췄더라도, 자본이 없으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가 없었죠. 물론 대부분의 사회에 존재했던 ‘신분제도’가 장벽이 되기도 했지만, 설사 신분의 제약이 없더라도 자본의 제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특히 유한회사나 주식회사의 등장은 이러한 자본의 제약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습니다.

이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펼쳐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과 그 기업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살펴볼까요?

  1. 애플(스티브 잡스)
  2. 마이크로소프트(빌 게이츠)
  3. 알파벳(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4. 아마존(제프 베조스)
  5. 엔비디아(젠슨 황)
  6. 메타(마크 저커버그)
  7. 테슬라(일론 머스크)

어떤가요? 모두 무일푼으로 시작했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뤄낸 엄청난 부는 자신이 물려받은 화폐자본이 많아서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아이디어와 능력이 좋아서일까요?

모두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일궈낸 회사들입니다.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제도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업들의 탄생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기사) 시작은 초라했지만…아마존·이케아·소니의 창업 초창기 모습

투자를 ‘받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저는 제 두 아이가 투자를 ‘하는’ 아이가 되는 걸 꿈꾸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그저, 밥 먹고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이지, 노력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저는 두 아이들이 투자를 ‘받는’ 아이가 되길 바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이뤄내고 싶은 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자들의 인정과 응원을 받아 마음껏 도전해 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투자를 ‘하는 법’이 아니라, 투자를 ‘받는 법’입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교육입니다.

멋지고, 가슴 뛰지 않나요?

‘네가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자본주의에서는 뭐든 도전해 볼 수 있어!’

저는 이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칩니다. 투자를 하는 아이가 아니라, 투자를 받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전환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아이들이 투자를 ‘하는’ 아이가 되길 바라시나요, 투자를 ‘받는’ 아이가 되길 바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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